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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쑥쑥 부모 | (부모교육)[전문가에게 물어요]사과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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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천센터 작성일20-04-09 15:27 조회2,3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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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어린이집 잘 갔다 와!

반달 눈매로 방긋방긋 어찌나 잘 웃는지 공원, 마트에 오고 가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예뻐해 주셨다구요. 그런데 지금은 괴물 같아요. 올해 다섯 살이 된 혜령이는(, 가명)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두 손 두 발 드는 울보에 떼쟁이가 됐어요. 자기가 가지고 놀던 블록을 친구가 잠깐 만졌대요. 뺏은 것도 아닌데 토할 때까지 울었다는 거예요. 진정이 안 되니 선생님도 할 수 없어 상대 친구에게 ‘미안하다’ 는 사과의 말을 시켰는데 그 말을 듣고서야 멈추더래요. 비슷한 일이 매일 일어나니 어린이집을 안 간다고 떼를 쓸 법도 한데 그건 또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든 엄마든 눈 마주치는 순간부터 영문도 없이 우니 결국 제가 또 이렇게 말해요. ‘엄마가 미안해. 어린이집 잘 갔다 와!’ 그제야 눈물을 멈춰요.

시댁 식구 모임이었어요. 데면데면하던 삼촌이 아는 척을 해보겠다고 혜령이 손을 잠깐 붙들었는데 서럽게 통곡을 하는 거예요. 삼촌은 쩔쩔매고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줘.’ 급기야 무릎을 꿇는 시늉을 하자 울분을 멈추니 이제 됐다 싶었죠. 그런데 그 순간 남편이 밥상을 엎었어요. 지금까지 어르기도 하고 단호하게 훈계를 한 것도 내 몫이었고 남편은 못 견뎌하며 피하기만 했었거든요. 그 날 밤, 남편이 어렵게 꺼낸 말이 자기가 어렸을 때 혜령이처럼 사과를 받고 싶었대요. 거칠고 화가 많았던 아버지한테, 은근히 희생과 책임을 요구하던 어머니와 동생들한테요. 혜령이도 그렇지만 남편이 많이 안쓰러워요.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사랑에 굶주릴 때마다 사과를 받고 싶은 습관, ‘힘 욕구’

어머니께서는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울고불고 떼를 쓰며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는 딸에게 지쳤을 만도 할 텐데요. 또 통곡하는 딸을 겨우 진정시켰더니 밥상을 엎는 남편이 야속할 만도 할 텐데요. 그런데도 딸과 남편을 안쓰러워하고 있군요. 토할 때까지 울고 사과를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딸을, 그리고 어린 시절 딸 같았던 남편을 안쓰러워하네요. 어머니께서는 이들을 타인을 괴롭히는 괴물로 보지 않으시고요. 오히려 이들을 돕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울분 속에 감추어진 아픔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리고 그 아픔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고요.

어머니의 얘기를 읽고, “미녀와 야수” 동화가 생각났어요.  

 

마법에 걸린 왕자가 야수가 되어 호화로운 성안에 살고 있었지요. 성의 울타리에 핀 장미꽃 한 송이를 땄다고 미녀의 아버지는 성안에 갇히죠. 아픈 아버지를 성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미녀는 성 안에서 살게 되죠. 그리고 흉측하게 생긴 야수의 숨겨진 아픔을 보살펴주지요. 야수는 미녀의 사랑을 받고 다시 마법에서 풀려나 왕자가 되었죠.

이런 이야기입니다. 괴물같은 행동만 보고 혼내고 미워하는 것은 왕자를 야수로 만드는 마법이 되겠지요? 괴물같은 행동 속에 숨겨진 마음을 보고 함께 아파하는 것은 야수를 왕자로 만드는 사랑이 되겠구요.

우리가 분노할 때는 기대가 어긋나서 실망할 때일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기대를 했을까요?
아마도 사랑받고 싶은 기대였겠지요? 그런데 그 기대가 어긋나서 실망할 때 사과를 받아내면 분이 좀 풀리거든요.

즉 사랑받지 못한 분풀이를 하고 나면 잠시 기분이 좋아지죠. 그러나 여전히 사랑에 굶주리는 악순환을 하게 되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상처를 받았을 때 사과를 받아내면 난 그 사람이 좋아지죠. 그가 내 힘욕구를 충족시켜주었으니까요. 그러나 내가 사과할 때는 입장이 달라져요. 내 힘욕구가 좌절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사과를 요구한 사람이 싫어지거든요. 사과를 요구하는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힘욕구라는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요.

그렇게 예쁨 받던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괴물같아 졌을까요? 굶주렸던 호랑이가 우연히 사과를 받고 보니 그 맛이 괜찮았던 거겠죠. 그래서 호랑이는 사랑에 굶주릴 때마나 사과를 받고 싶어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습관이란 반복적인 경험에 의해 학습된 것이므로 재학습도 가능하겠죠? 아이가 우는 행동을 학습했듯이 바람직한 행동도 학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격하게 울 때마다 사과를 하면, 아이는 상대가 사과할 때까지 계속 울면 언젠가는 사과를 받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죠.  

 

아무리 울어도 울어서는 결코 사과를 받아낼 수 없다는 경험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과를 받는 대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이가 울 때 보호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여 아이가 다른 경험을 하게 해야겠지요? 아이가 울고 떼를 써도 보호자는 사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또 아이의 울음에 쩔쩔매지 않고 휘둘림을 당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보호자는 당황하지 않고 의연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울 때, 따뜻하게 공감하고 함께 있어 줄 수는 있어요. 그러나 아이의 울음과 떼에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 좋겠지요.
대신 아이가 울지 않고 일상적인 행동을 할 때 아이를 충분히 예뻐해주고 아이와 마음을 주고 받는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남편을 도와주고 싶으시면, 이런 방식의 대처가 남편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딸의 모습이 남편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것 같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유전적인 요인을 쉽게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아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어머니의 성격이 남편의 성격을 보완해 준다면,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상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남편을 대하는 패턴과 아이를 대하는 패턴이 같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또는 남편이 어릴 때 경험했던 가정 내 심리적 환경과, 지금 딸이 경험하는 가정 내 심리적 환경이 유사할 수도 있고요.

딸의 이런 행동은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어릴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행동일 것입니다. 이런 행동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참으로 훌륭합니다. 딸의 행동을 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상징과 비유로서의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칼린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출처 http://www.i-love.or.kr/zine/index.php?mid=no57_sub&document_srl=6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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