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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쑥쑥 부모 | (안전 교육)안전하게 놀고 건강하게 도전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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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천센터 작성일20-04-09 11:48 조회2,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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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놀고 건강하게 도전할 권리

글.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

세상의 놀이터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어린이들의 타고난 놀이욕구를 자꾸만 제한하는 놀이터이다. 이런 놀이터에 가면 간섭하고 제지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아이들이 놀면서 떠드는 소리보다 크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무엇 무엇은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여기저기 크게 써 붙어 있다. 그 가짓수는 점점 늘어 10가지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 사회가 놀이터를 대하는 태도와 철학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바로 ‘안전’ 문제이다.

또 다른 하나의 놀이터는 어린이들의 놀이욕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고 그것을 북돋는 허용적인 놀이터이다. 제지와 금지의 문구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어른들이 놀이터에 들어와 어린이 가까이서 “이걸 해라, 그건 안 된다” 하는 목소리도 작다. 그러나 이런 놀이터는 당장 ‘위험’이라는 반론에 부딪힌다. ‘안전과 위험’이라는 경계는 어디이고 어떻게 이 둘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까? 20년을 고민한 주제이다.

결론적으로 놀이터를 만들 때 고민해야 하는 ‘안전과 위험’은 철저하게 어린이의 성장과 요구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 우리 주변의 많은 어린이놀이시설은 그곳을 이용하는 어린이의 성장보다는 ‘안전’을 지나치게 고려하고 있다. 소송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안전한 놀이터’가 마침내 완성된다. 놀이터보다 많은 사고가 나는 운동경기장과 견주어보라. 사고의 경중도 스포츠 쪽이 만만치 않다. 비록 놀이터는 안전을 충족시키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는 3가지 큰 장애와 맞닥뜨린다. 첫 번째는 너무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없이 지루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래서 놀이기구를 본래 용도대로 가지고 놀 수 없다는 것이다. 놀이터가 이런 일색이라면 아이들은 끊임없이 위험에 도전할 것이다.

 

놀이의 재미와 즐거움은 위험에서 나온다

첫 번째 수준은 쉽게 이야기해 ‘레벨’의 문제이다. 초등학교 이전 학년이 이용 가능하다고 만들어 놓은 놀이시설이 딱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이 이용하기 알맞은 정도라면 어린이들은 이 놀이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놀이터는 어린이들한테 매력적인 공간이어야 하는데 지루하게 느낀다면 그곳은 놀이터의 기능이 사실상 멈춘 곳이다.

문제는 세 번째이다. 놀이터에 가도 수준이 낮고 지루하니 뭔가 기존 놀이기구를 다르게 사용하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진짜 ‘위험’은 여기서 시작된다. 위험은 놀이의 가장 긴요한 가치이다. 위험을 해로운 것으로 볼 것이냐 이로운 것으로 볼 것이냐는 엄청난 세계관의 차이이다. 놀이가 가치 있는 가장 큰 까닭은 ‘위험’이 놀이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놀이에 대한 내 철학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놀이의 재미와 즐거움과 아름다움은 위험에서 나온다.”이다. 위험이 있어 놀이가 아름답고 가치 있다. 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과 사고를 피하고 예감하고 배우는 곳이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놀이터’는 가상이고 신화이고 마케팅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미신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은 놀다가 다칠 수 있다. 나아가 다쳐야 배운다. 지금처럼 놀이터를 공사장에서 쓰는 안전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놀이터는 어린이가 ‘도전과 위험’을 만나고 그것을 실험하는 곳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당연히 리스크를 말한다. 리스크는 놀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 리스크는 도전과 재미와 성장과 함께한다. 위험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HAZARD와 RISK이다. HAZARD는 위험은 위험인데 놀이터에 온 어린이 눈에 보이지 않고 알아챌 수 없고 극복할 수 없는 위험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누군가 던져놓은 깨진 유리병이라든가 삭아가는 난간이나 줄은 예상 못 한 위험이다. 놀이터에서 HAZARD는 당연히 점검되어야 하고 제거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RISK는 존재해야 한다. 그러니까 좋은 놀이터는 HAZARD는 제거되고 RISK는 남아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RISK를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나는 ‘건강한 위험(Healthy Risk)’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쓰고 있다. 다시 말해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건강한 위험’에 도전할 수 있는 것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많은 놀이터는 HAZARD도 RISK도 없는 밋밋한 놀이터로 가고 있고 거의 굳어진 상태이다. 위험(RISK)이 놀이를 촉진하고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는 많은 연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놀이터는 도전과 위험을 만나고 실험하는 곳

내가 총괄 디자이너를 맡은 ‘기적의놀이터’는 그런 기존의 놀이터에 대한 도전이며 낡은 ‘놀이터 안전신화’를 거부한다. ‘기적의놀이터’ 영향으로 한국의 많은 놀이터에서 이런 도전과 변화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위험’에 주춤거리고 주저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우리는 진정 어린이가 원하는 놀이터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오래도록 살피고 기록하며 어렵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이 사는 이 도시는 안전과 위험이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집을 나서 길을 걷고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라. 도시는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고 직선이 아니라 여러 움직임이 얽혀있다. 그리고 어린이가 살아갈 실제의 세상도 평탄하지 않다. 어린이들을 위험에 빠뜨려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 어린이를 위험천만하게 키워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어린이는 안전과 더불어 위험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그 위험을 회피하거나 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위험을 허용된 밝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게 놀이터가 디자인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놀이터를 정의하자면 ‘건강한 위험을 만나고 도전하는 것이 허용된 장소’인 셈이다. 위험이 없다면 놀이터가 아니다. 그리고 놀이터에 있는 위험은 아이들이 관리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놀이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의 성장에 어떤 놀이터가 필요할까? 놀이를 제한하는 놀이터일까. 놀이를 북돋는 놀이터일까? 답은 자명하다. 그러나 한국사회 놀이터 논의에서 이런 나의 ‘건강한 위험’ 주장은 때로 급진주의로 공격받기도 한다. 한꺼번에 큰 걸음을 떼서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놀라게 해서도 안 된다. 왜 놀이터에 ‘건강한 위험’이 어린이들 성장에 필요한 것인지 부모와 교사와 행정과 시설업체와 놀이터 안전검사기관에 끊임없는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쉬지 않고 꾸준히 조금씩 수위를 높여 ‘건강한 위험’이 살아있는 안전한 놀이터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그곳에서 생기는 어린이들의 성장을 치밀하게 기록하고 보고해야 한다. 적어도 ‘기적의놀이터’에서는 온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기록과 세월이 쌓여야 신뢰가 만들어질 것이다. 믿음이 생기고 그런 신뢰가 결국 놀이터에서 ‘위험과 안전’의 균형이 필요함을 한 사회가 깨우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어린이놀이터는 조금씩 진화할 것이고 어린이와 부모 모두에게 친절한 놀이터가 될 것이다. 만약 한국의 많은 놀이터가 이 ‘위험’을 넘지 못한다면 어린이가 이용하지 않은 놀이터에 예산을 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난관과 곧 부딪힐지도 모른다. 어린이가 외면하는 놀이터의 존재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비만이나 시력저하, 야외활동 공포, 학습장애에서 나아가 행동장애, 불안, 위축과 같은 좀 더 궁극적인 무기력을 호소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 나는 놀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말을 듣지 않는 것. 경계를 넘는 것. 불편한 것을 선택하는 것. 관리를 용인하지 않는 것. 균질하지 않은 대지로 뛰쳐나가는 것. 위험을 무릅쓰고 감행하는 것. 그런 아이는 지금도 존재한다. 그런 아이가 놀이터에서 새롭게 발견되길 바란다. 놀이는 시간을 한없이 소모하는 것이고 낭비하는 것이고 탕진하는 것이다. 또한, 놀이란 다치고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파괴하고 어수선하고 낭비하고 지치고 피곤해지는 것, 그러다 평온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놀이이다.

 

출처 http://www.i-love.or.kr/zine/index.php?mid=sub_joy&document_srl=4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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